나는 오랫동안 건선을 앓아왔다.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머리카락까지 빠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억울했다. 단순히 나이 들어서 빠지는 탈모가 아니라, 면역 체계가 내 몸을 공격하면서 생긴 탈모라니.
건선 자체도 힘든데,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숱이 줄어드는 걸 보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특히 두피 건선이 심해지면 각질이 쌓이고, 두피가 울긋불긋해지고, 가려움 때문에 긁다가 더 많이 빠진다. 심한 날엔 아침에 머리를 감으면서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 울컥하기도 한다.
혹시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건선 환자로서, 탈모까지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1. 건선과 탈모, 왜 함께 오는 걸까?
건선이 있는 사람이라면 탈모는 단순한 ‘머리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거다. 일반적인 탈모와는 달리, 두피 염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1) 두피 건선이 심해질수록 탈모도 심해진다
건선이 두피에 생기면 각질이 쌓이고, 피부가 붉어지고, 가려움이 심해진다. 긁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가려워서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고, 그러다 보면 머리카락이 함께 빠진다.
• 두피 염증이 모낭을 약하게 만든다
건선으로 인해 두피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모낭이 약해지고 머리카락이 쉽게 빠진다.
• 각질이 쌓이면 모낭이 막힌다
각질이 두껍게 쌓이면 모낭이 막혀 새 머리카락이 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 긁으면 더 빠진다
가려움을 참기가 너무 힘든데, 긁다 보면 피부가 자극받고 탈모가 심해진다.
2) 면역 체계가 머리카락까지 공격한다
건선은 자가면역 질환이다. 면역 체계가 내 몸을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내 피부와 모낭을 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게 왜 문제냐면, 우리 몸은 상처를 입으면 회복하려고 하는데, 건선 환자의 면역 체계는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보인다. 그 결과, 두피 염증이 계속 반복되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것이다.
2. 건선 탈모, 어떻게 관리할까?
건선 환자로서 탈모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건 너무 벅차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머리 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1) 두피를 자극하지 말자
• 손으로 긁지 않기: 가려워도 손톱으로 긁지 않고, 두피 마사지를 하듯 살살 만져준다.
• 강한 샴푸 피하기: 설페이트나 알코올 성분이 강한 샴푸는 두피를 더 건조하게 만들고,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 사용하기: 뜨거운 물은 두피의 유분을 빼앗고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2) 항염증 식단 실천하기
건선은 몸속 염증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피부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건강도 마찬가지다.
• 오메가-3 지방산 섭취: 연어, 아보카도, 견과류 같은 음식이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설탕과 가공식품 줄이기: 인스턴트 음식은 염증을 증가시켜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 비타민 D 보충하기: 건선과 비타민 D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햇빛을 적당히 쬐고,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3) 탈모 치료제, 건선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녹시딜 같은 탈모 치료제는 건선 환자에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건선으로 인해 두피가 민감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RP 치료: 자신의 혈소판을 이용해 두피 재생을 돕는 치료. 건선 환자도 시도해볼 만하다.
• 저출력 레이저 치료(LLLT): 두피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두피 보습 유지: 건선 환자는 건조한 두피가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항상 보습을 신경 써야 한다.
3.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
건선도, 탈모도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탈모가 시작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가 더 어렵다. 머리카락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면서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탈모도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요즘 나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 명상이나 요가 하기: 마음이 차분해지면 건선도 완화된다.
• 충분한 수면 취하기: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을 줄이니, 탈모 속도가 조금은 느려진 것 같다.
•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기: 건선도, 탈모도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병이 아니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건선과 탈모를 동시에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거울을 볼 때마다 가끔 속상하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좀 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조금 빠진다고 해서 내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 건선과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겨낼 수 있어“